1. 암호 속에 숨은 살인마
1968년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한 조디악 킬러는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미국 범죄 역사상 가장 유명한 미제 사건의 주인공이다. 그는 5명을 살해하고 경찰과 언론에 37통의 편지를 보냈다. 그 중 4개는 암호 사이퍼였다. 2020년, 그 사이퍼 중 하나가 마침내 52년 만에 해독되었다. 그러나 암호 안에는 범인의 이름이 없었다.

2. 첫 범행과 편지의 등장
1968년 12월 20일, 캘리포니아주 베니시아 근처 레이크 베리사 도로에서 두 명의 젊은이가 총격으로 사망했다. 1969년 7월, 범인은 샌프란시스코 이그재미너, 크로니클, 타임스 세 신문사에 동시에 편지를 보냈다. 각 편지에는 암호 사이퍼의 3분의 1씩이 들어 있었다. 세 신문사가 각자 해당 부분을 게재하면 독자들이 맞출 수 있는 퍼즐이었다.
1969년 9월, 범인은 처음으로 자신을 ‘조디악’이라고 서명한 편지를 보냈다. 이후 이 연쇄살인 사건은 ‘조디악 킬러’ 사건으로 불리게 되었다.

3. 4개의 암호와 해독 역사
조디악이 발송한 암호는 Z-408, Z-340, Z-13, Z-32 네 개였다. 첫 번째 Z-408은 408개의 기호로 구성되었으며, 1969년 7월 갤빈-허랄드 부부가 단 8일 만에 해독했다. 해독 결과, 조디악은 자신이 살인을 즐기며 희생자들이 사후에 자신의 노예가 될 것이라고 썼다.
Z-340은 340개의 기호로 구성된 두 번째 암호로, 1969년 이후 수십 년간 세계 최고의 암호학자들이 도전했지만 실패했다. 2020년 12월, 미국의 데이비드 오르란스키와 샘 블레이크, 호주의 야니크 팡글라가 인터넷으로 협력하여 해독에 성공했다. Z-13과 Z-32는 현재까지도 해독되지 않았다.

4. 수사의 분산과 정보 공유 실패
조디악 사건의 수사가 장기 미해결로 이어진 핵심 이유 중 하나는 관할권 분산이었다. 범행은 나파 카운티, 솔라노 카운티, 샌프란시스코 시 등 여러 관할에 걸쳐 있었다. 각 기관은 독자적으로 수사를 진행했고, 정보 공유가 충분하지 않았다.
FBI가 본격적으로 관여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렸으며, 기관들 사이의 정보 공유 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였다. 이 문제는 이후 미국 수사 기관들이 지역 간 정보 공유 시스템을 발전시키는 동인이 되었다.

5. 2020년 Z-340 해독
2020년은 조디악 수사 역사에서 획기적인 해가 되었다. 데이비드 오르란스키를 포함한 세 명의 아마추어 암호학자들이 인터넷을 통해 협력하여 Z-340 해독에 성공했다. 이들은 51년간 전문가들이 실패했던 이 암호를 6개월의 집중적인 작업 끝에 풀어냈다.
해독된 내용에서 조디악은 자신이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신에 대해 언급하는 것에 흥분된다고 썼으며, 경찰이 자신을 찾는 것을 비웃었다. 그러나 자신의 이름이나 신원에 대한 정보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세상은 잠시 범인이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지만, 그 기대는 충족되지 않았다.

6. 유력 용의자들
조디악 사건에서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꼽혀온 인물은 아서 리 앨런이었다. 그는 편지에서 언급된 세이코 워터마스터 시계를 착용하고 있었고, 행동 패턴이 수사관들의 프로파일과 일치했다. 그러나 2002년 DNA 분석 결과, 편지 봉투 타액에서 검출된 DNA와 앨런의 DNA가 일치하지 않았다.
다른 용의자들에 대해서도 수십 년간 수사가 이루어졌지만 어느 누구도 충분한 물적 증거가 없었다. 앨런은 1992년 사망했다.

7. DNA와 현재의 수사
샌프란시스코 경찰청은 조디악 사건을 현재도 공식 미해결 사건으로 분류하고 있다. 2021년에는 민간 탐정 단체가 편지에서 채취한 DNA와 족적 분석을 근거로 새로운 용의자를 지목했지만, 경찰은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조디악이 남긴 DNA 증거는 당시 채취 방식의 한계로 완전한 프로파일 구성이 어렵다. 범인이 이미 사망했을 가능성도 높다. 마지막 편지가 1974년 발송된 이후 조디악의 흔적은 사라졌다.

8. 조디악이 남긴 유산
조디악 사건은 미국 수사 역사와 대중문화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수사 측면에서는 여러 관할권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이후 FBI 정보 공유 시스템 발전에 기여했다. 암호학 측면에서는 조디악 사이퍼가 수십 년간 전문가들의 도전 대상이 되어 암호 해독 기술 발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문화적으로는 조디악 킬러를 소재로 한 영화, 책, 다큐멘터리가 수없이 제작되었다.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07년 영화 ‘조디악’은 이 사건의 수사 과정을 가장 상세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9. 왜 50년이 지나도 모르는가
조디악 사건이 50년 넘게 미해결로 남은 데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다. 첫째, 범행 당시 DNA 기술이 없었고, 이후 기술이 발전했을 때는 증거물이 충분히 보존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둘째, 여러 관할 기관의 정보 분산으로 수사 효율이 저하되었다. 셋째, 조디악이 자신이 저지르지 않은 범행도 자신의 것이라고 주장하며 수사를 의도적으로 혼란시켰을 가능성이 있다.
마지막으로, 조디악이 1974년 이후 활동을 멈추었거나 이미 사망했다면, 새로운 증거가 나타날 가능성 자체가 매우 낮다. 역설적으로, 조디악 사건은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아무리 첨단 기술도 진실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가장 극적인 예가 되었다.

10. 마치며 — 암호는 풀렸지만
2020년 Z-340이 해독되었을 때, 세상은 마침내 조디악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52년 전 쓰여진 암호 안에서도 조디악은 자신을 숨겼다. 조디악 킬러 사건은 법과학과 암호 기술이 얼마나 발전해도, 처음부터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역설적으로 보여 준다. 그리고 그 교훈은 오늘날 수사 기법과 증거 보관 방식에 반영되고 있다.
9. 조디악이 남긴 영향
조디악 사건은 미국 수사 역사와 대중문화에 깊은 흔적을 남겼다. 수사 측면에서는 여러 관할권 간 정보 공유와 협력의 필요성을 부각시켜 이후 FBI 정보 공유 시스템 발전에 기여했다. 암호학 측면에서는 조디악 사이퍼가 수십 년간 전문가들의 도전 대상이 되어 암호 해독 기술 발전에 간접적으로 기여했다. 문화적으로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의 2007년 영화 ‘조디악’이 이 사건을 가장 상세하게 재현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범죄 심리학 연구에서도 자주 인용된다.
10. 마치며 — 암호는 풀렸지만 이름은 모른다
2020년 Z-340 암호가 해독되었을 때, 세상은 잠시 조디악의 정체가 밝혀질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암호 안에는 이름이 없었습니다. 52년 전 쓰여진 문장 속에서도 그는 끝내 자신을 숨겼습니다. 조디악 킬러 사건은 법과학과 암호 기술이 얼마나 발전해도, 증거가 충분하지 않으면 진실에 도달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줍니다.